불체자 단속에 불안감 고조되는 한인들

생활현장 깊숙히 파고드는 미국 불체자 단속 한인들 ‘불안’

이민국 요원들 지난달 말 캘리포니아 나이트클럽 급습 … 아시안 36명 체포

트럼프 대통령의 전방위 불체자 단속 방침에 따라 연방 이민단속국이 식당과 마켓, 교회와 주택가까지 급습하고 있는 가운데 신분미비자 한인들이 단속을 피해 외출자제와 경제활동 제한 등 이중고를 겪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단속이 식당과 마켓 등 이민자들의 일상 생활 현장 깊숙히 파고들어 신분미비자들 사이에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현재 미국에 불체자 신분으로 살아가는 한인들이 15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 가운데 뉴욕과 LA 등 대도시는 물론 중소도시까지 이민단속이 실시되고 있어 해당 한인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저녁 캘리포니아 샌디에고의 사우스 파크에 있는 한 식당에 중무장한 연방 이민국 단속 요원들이 급습 종업원 여러명을 체포했다.    

CBS를 비롯한 다수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샌디에고 비치 스트리트에 위치한 에노테카 부오나 포르케타 식당에 들이닥친 국토안보조사국 요원들이 식당안에 있는 손님들을 해산시키기 위해 섬광 수류탄까지 준비하고 불체자 단속을 펼쳤다고 전했다.  

부오나 포르케타의 직원인 클레어 코디는 “이날 영장을 소지한 연방 요원들이 오후 4시 30분쯤 들이닥쳐 즉시 방에 있는 각 직원에게 수갑을 채웠다”며 "당시 현장을 목격한 손님 30명 정도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맞닥뜨려 모두 충격에 빠졌다"고 말했다. 

이 식당의 매니저는 사건 하루 뒤인 31일 지역의 CBS8 방송에 4명의 직원이 구금되었다고 확인해 줬다. 

한편 이날 이민국 불체자 단속이 진행되는 동안 식당 밖에서는 지역 주민들이 시위를 벌이기  위해 모여들면서 한 때 극한 대치 상황이 우려되기도  했지만 큰 충돌없이 단속이 진행됐다.

이에 앞서 같은날 새벽 LA의 한 나이트클럽에 연방 이민단속 요원들이 급습해 불법 체류자로 의심되는 중국인과 대만인 36명을 체포했다고 LA타임스가 전했다. 

국토안보 수사국(HSI)은 X에 올린 성명서를 통해 로스앤젤레스 국토안보부 요원을 비롯, 미국 이민 및 세관 집행요원, 금융 범죄 전담팀으로 구성된 단속팀이 지하 나이트클럽에서 단속 작전을 벌여 이들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HSI 로스앤젤레스가 공유한 영상에는 경찰관들이 이들에게 수갑을 채우고 나이트클럽 밖에 대기 중이던 흰색 승합차량에 태우는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날 이민 단속요원에 체포된 불체자 가운데 한인이 포함돼 있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현재 미국에는 약 1천 1백 만명의 불법체류자들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 가운데 77%는 5년 이상 세금을 납부하며 합법적인 영주권자 처럼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트럼프 2기를 맞아 연방 이민단속국은 이들 불법 체류자들이 각종 범죄에 연루되거나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본국으로 돌아가도록 유도하고 있다. 

불체자들이 스스로 출국할 경우 항공권 제공과 함께 향후 합법적인 이민의 기회를 부여한다며 자진 귀국을 종용하고 있지만 해당자들은 다중집합 장소를 피해 은신하는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고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다. 이민국이 불법체류 신분의 범죄자를 색출한다는 명분으로 펼치고 있는 단속에 대해 범죄혐의가 없는 일반 불체자들까지 기습적이고 무차별적인 단속을 벌이고 있다는 목소리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일고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고강도 이민자 단속으로 인해 식당가 마켓 등에서 일하던 종업원들이 종적을 감추는 사태로 이어지자 한인 비즈니스 업계 또한 인력난에 매출 감소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 4만 여명으로 비공식 집계된 LA지역의 한인 불체자들은 이민당국의 단속이 최근들어 식당과 마켓은 물론 교회와 주택가에 전방위로 펼쳐지고 있어 경제활동의 어려움 외에 외출자제 등 극심한 불편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정남 기자>